The footprint for the revolution



"인간의 지적 능력은 얼마나 많은 방법을 알고 있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뭘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로 알 수 있다. – 존 홀트" ... 190p

어머니께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다며 소개해주셨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결코 이 책은 가볍게 여길만한 책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장 책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나만의 이른바 'Noteworthy Things In This Book' 리스트가 포스트잇 7장에 빼곡하게 작은 글씨로 채워졌다는 사실로 짐작하건데, 전혀 가벼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이 책에서 가장 나의 눈길을 끈 것은 크게 두 가지라 할 것이다. 첫째는 정재승 교수님의 '교육'에 관한 생각은 나의 생각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책 293p에 제시된 '히피 정신'이었다.

첫 번째 항목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약간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그 잘난 '대학 입시'를 위한 '제도권 교육'은 결국 아이들에게 받아들이고 외운 후 시험이라는 것에서 그 외우고 받아들인 것들을 한꺼번에 다시 출력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후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만 같았다. 정재승 교수님도 비슷하게, 책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은 지난 70년 동안 인간으로 하여금 인공지능을 흉내내도록 교육해놓고 평가했습니다. 선진국이 만들어낸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데 급급했고, 학습한 지식을 정확하게 실수 없이 뱉어내게 하는 방식으로 청소년을 평가했습니다. 같은 교과서로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내용을 채우는 데 대한민국 전체가 몰두했고, 심지어 '선행'이라는 이름으로 남들보다 먼저 입력하는 데 집집마다 많은 사교육비를 썼습니다."...241p

인공지능의 발달로 '잉여 인간'의 개념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더욱 '인공지능'이 하는 것, 산업 혁명 이후 필요성이 높아진 '노동자'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근대 교육은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의 미래를 해하는 일이 아닐까. (정재승 교수님의 의견에 따르면) 세상은 실패하고, 생각지도 못한 두 개념을 뇌의 멀리 떨어진 두 영역을 연결하여 창의성을 발휘하는 '퍼스트 펭귄'들, 그러나 위험을 잘 인지하고 이를 분석하며 때를 기다리는 '신중한 퍼스트 펭귄'들을 길러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재승 교수님의 분석대로, 청년 세대에 해당하는 우리들이 느끼기에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우리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혁신과 혁명은 바보같은 이상을 가지고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하며 끝없는 세상의 도전을 견뎌내는 악어들로부터 발생하는 것인데, 대한민국의 사회는 정해진 사회 시스템, 즉 공부를 열심히 해서 – 대학에 가서는 또 이력서에 넣을 스펙을 쌓고 – 토익을 치고 토플을 치고 – 유학을 갔다 와서는 – 대기업이나 취직해서 평생 뼈빠지게 일하고 – 퇴직이나 해서 연금이나 받아먹고 사는, 그런 표준적인 사회 시스템의 길을 빠져나오는 이들이, 그 용감한 '퍼스트 펭귄'들이 실패했을 때 재기할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당장 스타트업을 하고 실패한 경험을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 쪽처럼 이력서에 당당하게 쓰지 못하는 우리의 사회 분위기를 볼 때 특히 그것은 확실하다.

과연 이런 사회에서 나중에 '인공지능'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권력의 편재집중화, 불평등화, 엘리트화'의 문제에 관한 해결책 등, 젊은 세대들의 도전과 열정으로 한 걸음 더 진보할 수 있는 기술이나 이익이 발생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이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 만난 수많은 '쓸모를 세뇌당한' 아이들을 만나볼 때 그것은 더 자명하다.



"히피 운동은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기성의 사회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 회복, 자연으로의 회귀 등을 주장한 운동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 사이의 위계질서나 수직적 계층 구조를 부정하고, 동등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으며, 돈과 권력의 집중화에 반기를 들고, 국가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인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인간이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자발적으로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인간성을 회복하며 사는 사회, 이 우주와 하나가 되어 일체감을 만끽하는 상태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에 나오는 가사 그대로였습니다. ...(중략)... 그런데 당시 캘리포니아에는 히피의 이상적인 정신을 LSD 같은 마약이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국경이나 언어가 더 이상 서로에게 장벽이 되지 않아야 하며, 자발적 참여와 느슨한 규제만으로 공동체 안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데에 테크놀로지가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그들은 자본주의 산업사회를 뒤엎으려는 혁명가들이었습니다." ... 293p

이 때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히피 정신'이다. 우리는 '쓸모'를 위해 태어나지는 않았다. 절대적으로만 여기던 기성의 사회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우리 고유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모두가 함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보다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찾을 수 없어서 현재까지 공고히 유지되어 오면서 수많은 청년들을 '자살'로 몰아넣은 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리고 그 자본주의 체제가 꽤 견고한, 위계질서와 수직적 계층 구조에 익숙한 대한민국 사회에 우리는 반항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결코, 사회에 있어서 혁명은 일어나지 못한다.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을 결코 이룰 수 없는 구조를 가지면서도 청년들에게 '혁신'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이 이상한 사회, 우리는 바꿔야 한다. 꼭 바꾸고 말 것이다.

"만약 인간을 좀 더 창의적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하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면, 젊은이에게 틀에 박힌 지식과 태도를 가르치기보다는 현장에서 적극적인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 장 피아제" ... 206p

이 글은 필자가  정재승 KAIST 교수님의 저서 '열두 발자국'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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