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믿음, 그리고 소망: SETI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기이할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하다." - 존 버든 샌더스 홀데인, 영국 생물학자, 53p.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은 과연 우리 '인류'만을 위해 디자인된 공간인가? 이 드넓은 우주에 과연 우리만 있을까? 이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대한 과학은 SETI 프로젝트(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몇 십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에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 혹은 내심 그러지 않기를 바랐던 '외계 생명체의 발견'이라는 기적적이고도 충분히 남을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고, 미국 정부에서 주어졌던 예산은 끊겼고, 이제 SETI는 민간 부문의 지원에나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과연 SETI 프로젝트를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

책의 저자 폴 데이비스는 이 책, '침묵하는 우주'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그러고는 그 유명한 그의 '그림자 생물권', 즉 기존의 우리가 아는 생명체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생명체들,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적인 시스템의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그림자가 져 보이지 않았던 '그림자 생물권'을 제시하면서, 굳이 SETI 프로젝트와 같이 일을 거창하게 벌리지 않더라도 사실 외계 생명체에 관한 답이 우리 발 밑과 코 앞에도 있지 않을까, 그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주장하기도 한다.

'그림자 생물권'은 꽤나 흥미로운 생각이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 자신의 유전자에, 혹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느 곳에 존재하지만 인지되지 못한 '특이 생물'에게 '외계인'이 보낸 메세지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는 생각은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발상이었다. 굳이 다른 생물이, 우리가 아는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동작할 필요도 없고, 당-인산 골격이 아니라 당-비소 골격을 기반으로 한 핵산으로 동작하는 생물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생물 시간에 배웠던 '생물상'과, 통합과학 시간에 배웠던 기나긴 원핵생물 -> 진핵생물 -> 다세포 진핵생물의 진화에서 나도 모르게 형성되었던 고정관념을 흔드는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 'SETI'에 관하여 이런 의문도 들었다. 과연 우리가 있는지도 없는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하여 굳이 다른 곳에서도 부족한 시간과 예산을 들여 온갖 프로젝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외계 생명체를 발견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과학이라는, 그리스 철학과 유일신교 사상 위에 세워진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 위에서, 인간의 위치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은 가상하나,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미래를 불러오게 될까? 저자의 질문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들을 불러 일으켰고, 그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 때문에 혼란해진 정신.

그리고, 알 수 없는 것을, 결코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는 어떤 애매한 단 하나의 믿음에 이끌려 이들을 찾는 것은, 과학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해서 결코 낙관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은 현실에서 그 '믿음' 하나로 끝까지 이어가는, 어찌 보면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는 그들의 행동.

그러나 내가 지금에 이르러서야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존 버든 샌더스 홀데인의 말. 그것뿐일 것이다.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기이할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하다." - 존 버든 샌더스 홀데인, 영국 생물학자, 53p.

이 글은 필자가 읽은 폴 데이비스의 "침묵하는 우주"를 읽은 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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