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망각>

가끔 사람들은 지금보다 기억력이 좋았으면, 혹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었으면 지금보다 삶이 나아졌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아주 간단한 예시는 시험기간 직전에 '한번 보기만 해도 다 외울 수 있었으면 이 고생을 안할텐데'라는 시험 망친 학생의 생각이다. 그러나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실제로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잉기억증후군, 현재는 Highly superior autobiographical memory(HSAM)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단 100명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의 뇌를 연구한 사람들은 '이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기억과 연관된 부위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뇌 부위간의 연결들도 강했습니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뇌가 어떠한 영향을 받고 그렇게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억이 완벽해서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이들은 기억은 완전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어떤 사건을 떠올리면 객관적인 책을 읽듯이 떠오를 뿐이고, 그 때 당시의 감정 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도의 기억력은 바라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 해도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무언가를 잊는 능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좋은 기억에 대해서는 이러한 일이 좋을 수 있지만, 차라리 잊었으면 좋았을 기억들에 대해서는 더욱 불행할 것이다.
망각은 축복이다. 특히 문자의 발명 이후로 더욱 그렇다. 기억을 잊는다는 것, 잊으면 안 되는 이들을 잊어버리는 것은 분명 안 좋은 일이지만, 문자가 생기고 이것을 통해 기록할 수 있게 된 후에는 상관이 없어졌다. 과거에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었더라도, 망각을 통해서 그 사건에 대한 감정이 희석되고, 그렇게 하여 훗날 다시 생각했을 때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라며 넘길 수 있게 된다. 망각은 사람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첫 단락에서 언급한 과잉기억증후군을 겪는 이들이나, PTSD를 겪는 사람들 등은 모두 '잊지 못해서' 안 좋은 일을 겪는다.
다른 측면에서, 즉 뇌의 용량이 한정적이라 보면 망각이 더욱 좋은 도구이다. 뇌의 용량이 다 찼을 때, 무언가를 잊지 못한다면 아무리 새로운 것을 보고 들어도 그것을 저장할 공간이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발전을 위해서라도 망각은 필요하다. "사람은 무언가를 버려야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라는 명언도 이러한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생존하려면 많이 기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망각은 기억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싫어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 문단의 관점을 보면, 잊어야 더욱 기억할 수 있다. 무조건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쓸데없는 것을 버리고 중요한 것만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 과정을 위해서라도 망각이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물론 모든 것을 잊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은, 그저 평범하게 잊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글잘 쓰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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